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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전쟁..

집사람의 예상되는 구박을 무릅쓰고 오늘은 아이스크림 한 통을 손에 덜렁 덜렁 들고 집으로 간다.

요즘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 집에 들어가는 날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이 깨어 있는 시간에 집에 들어갈 때면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에 뭐 하나 들고 가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집사람은 셋째가 감기다. 둘째가 이가 많이 썩었다. 큰놈은 이를 잘 닦지 않는다. 이런 구박을 받을 것을 무릅쓰고도 아이스크림을 사가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들 셋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커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토론과 학습(?)효과를 확인 할 수 있어 괜히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면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일단 아이스크림을 어디에 두고 먹을 지부터, 어디에 두고 먹을 지가 결정되면 누가 어디에 앉을 것인지, 그 다음 숟가락은 어떤 것을 누가 들고 먹을지, 아이스크림 한 통을 먹기 위해서는 엄청난 신경전이 벌어진다.

아이스크림을 어디에 두고 먹을 것인가가 쟁점이 되는 이유는 우리집 상이 아이스크림을 가운데 두고 먹을 경우 아이들이 먹기에는 거리가 좀 멀어 서로 아이스크림 통을 자기 앞으로 당기다가 꼭 싸움이 나곤 한다. 바닥에 두고 먹다보면 머리 다섯 개가 맞다아 있어 이것 또한 다툼을 만들어 낸다. 조금 먹다 보면 첫째나 둘째 중 한 놈 입에서 "머리 밀지마!"라는 큰소리가 나오기 때문이다.

바닥에 앉을 때는 큰 문제가 아니지만 상에 올려놓고 먹을 때는 치열한 자리다툼이 생긴다. 제일 유리한 자리는 직사각형의 상의 좁은 변 쪽에 앉는 것이 유리하다. 아이스크림 통의 이동에 따라 신속한 위치이동과 다시 자기 앞으로 아이스크림을 당겨오기에 명문도 있고 위치적으로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상에서 먹다 보면 가장 팔이 짧은 셋째는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상위로 올라가기 일쑤인데 이때도 상의 좁은 변이 자신의 앞을 성윤이가 가릴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가장 유리한 자리다.

그 다음 자기가 먹는 아이스크림 양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은 숟가락이다. 우리집에는 평소 어른용 숟가락이 세 개이고 그 중 하나는 다른 두개에 비하여 숟가락 끝이 얇으면서도 손잡이는 튼튼하여 다량의 아이스크림을 삽질하기에는 그만이기 때문에 그 인기가 최고 이고 2개의 어른용 숟가락도 자신에게 돌아가지 않으면 그 다음 선호하는 숟가락은 냉커피를 젓을 때 사용하는 어른 숟가락에 비해 폭은 좁지만 손잡이가 긴 것 그 다음 냉커피용 숟가락 중 다소 손잡이가 가는 것 순으로 다섯 명에게 숟가락이 돌아간다. 어린이용 짧은 숟가락은 초기에는 유리하지만 아이스크림의 바닥을 보기 직전에는 엄청 불리하기 때문에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는 우리집에서 철저히 외면당하고 만다.

둘째는 다섯 번째 숟가락으로는 절대 아이스크림을 먹지 않는다. 혹 자기에게 손잡이는 가늘고 폭도 좁은 숟가락이 돌아가면 일단 먹는 것부터를 제지하곤 한다. 그 이유는 아들 셋이 아이스크림을 뜨는 방법이 확연이 다르기 때문이다.

둘째는 숟가락을 지렛대로 사용한다. 일단 단단한 아이스크림을 많이 확보하기 위해 일단 아이스크림 통 가운데를 공략한다. 숟가락을 꼿꼿이 세워 깊이 들어갈 때 까지 누른다. 그 다음 숟가락을 아래로 힘 있게 젖혀서 커다란 덩어리를 캐낸다. 그러니 손잡이가 가는 숟가락을 가장 싫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첫째는 통 가장자리를 공략한다. 가장자리가 그나마 빨리 녹아서 부드럽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량을 뜰 수는 없지만 빨리 떠서 입에 넣고 신속히 다시 다른 가장자리를 공략 할 수 도 있고, 자신의 재빠른 동작을 십분 발휘 둘째가 삽질을 하다가 실패하여 아이스크림에 균열을 줄 뿐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경우 중심부지만 그 균열을 이용한 신속한 삽질을 강점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셋째에게는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는 다소 모험을 할 수 밖에는 없다. 긴 숟가락을 이용하여 아이스크림을 한번 먹으려면 솜목이 아닌 팔 전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어 먹는데 소요시간이 일단 긴데다가, 중심부를 공략하기에는 힘이 부족하고, 주변부를 공략하기에는 큰 형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고 어쩔 수 없이 다른 4사람의 숟가락을 노릴 수밖에 없다. 숟가락 위에 예쁘게 담겨 입으로 가려는 순간을 노린다. 이때는 첫째를 능가하는 신속함을 보인다. 그러나 가끔 주먹세례를 각오해야 한다. "내꺼야!" 라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주먹을.. 그래도 셋째는 포기하지 않는다. 평소 같으면 2~3분은 족히 갈 울음도 단 일성의 "앙~~~"으로 끝내고 다시 머리를 아이스크림 통 바로 위로 밀어 넣고 다른 사람들의 삽질을 방해하고 아이스크림이 바닥을 보이면 그때는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집안 구석구석을 뛰어 다닌다. 형들의 추격을 피해.. 그래도 내가 "형아들아 성윤이 많이 못 먹었으니 바닥에 있는 것은 성윤이 주자!"그러면 그 추격전은 멈춰지고 성윤이는 안전한 자리에 안착 눈꼬리가 처질 때 까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편히 아이스크림을 음미한다.

그래도 지금은 아이스크림 전쟁의 정도가 많이 약해졌다. 1년 전만 해도 숟가락 다섯 개가 아이스크림 통에 얽히고설켜 아이스크림이 아이스크림 통을 벗어나기가 매우 힘겨웠지만 지금은 성윤이가 다소 룰을 어겨서 그렇지 큰 놈 성민이와 둘째 성현이는 숟가락이 얽히고설키면 자신도 손해라는 것을 아는지 조금은 기다리면서 아이스크림을 빨리 먹는 법을 터득해 가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성윤이가 하는 것처럼 성현이가 다른 사람 숟가락의 아이스크림을 강탈해 가고 성윤이는 아빠라 엄마가 먹여주는 텀이 길어지면 바로 코를 아이스크림 통에 박고 할 때 보다는 정말 많이 좋아졌다.

이렇게 아이스크림 전쟁의 강도가 약해지기까지는 아이스크림을 먹다가 무질서(?)가 판을 치면 그 아이스크림은 바닥을 보기 전에 냉동실로 들어가곤 하는 것을 반복하였고, 아이스크림이 냉동실로 들어가고 난 후 아직은 막무가내인 성윤이를 제외하고 진행된 가족 토론회가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사회 곳곳에서도 토론과 교섭이 무서워 꽁무니 빼고 도망가고, 막무가내로 단식부터 하는 일부 극소수 몇몇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이런 전쟁과 토론이 진행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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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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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아빠

200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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