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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의 삶이 곧 노동자의 삶
[창간 특집Ⅱ] 대한민국 노동조합을 말하다 ⑧-4 지역과 함께 호흡하라

총연맹과 산별, 지역 노동계 서로 박자 맞아야
[50호] 2008년 08월 01일 (금) 함지윤 기자jyham@laborplus.co.kr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이하 부천노총)는 열심히 활동하는 것으로 한국노총 내에서도 유명하다. 어떤 이들은 “부천은 특이한 지역”이라고까지 표현한다. 특히 부천노총의 지역사업은 한국형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만나서 이야기한 적도 없는 데 곳곳에서 모범사례로 소개”될 정도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부천노총은 “과대 포장돼 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행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시사할 점이 많다.

준비와 경험 바탕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

부천지역은 이미 1992년에 노사공익협의회를 만든 경험이 있다. 사용자와 따로 만나는 것 자체를 어용시하던 시절에 대놓고 분쟁조정을 해 보겠다고 노사가 합의를 한 것이다. 부천노총 김준영 의장은 “오늘날 부천지역 노사정이 함께 노동자와 지역주민들 삶을 고민할 수 있는 것은 과거부터 이어져온 이런 흐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속에서 부천지역에선 전국 최초로 노사정협의회를 만들기도 했다. 협의체를 만들고 정부가 재정지원을 하는 각종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재 부천노총이 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들은 노사공동 직업훈련사업과 고용인적개발사업, 취업센터운영, 무료직업훈련 등이다. 익숙한 사업명들이지만 실천하고 있는 모습은 타 지역과는 다른 부천만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

먼저 3년째 진행 중인 노사공동 직업훈련사업은 노조 간부나 위원장이 훈련위원으로서 직접 자기 사업장 조합원들의 훈련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기 위해 훈련위원들은 첫 회부터 고강도 훈련을 받았다고 한다. 이런 부천노총이 장기적으로 고민하는 직업훈련교육은 조합원들의 직무능력을 올리고 노동의 창의성을 높이는 것으로 그것이 조합원들과 회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고용인적개발사업도 올해로 3년째를 맞는다. 첫 해에는 40~50대 취업이 어려운 사람들이 취업을 할 수 있도록 교육시스템과 알선시스템을 하나로 묶어냈다. 30대 그룹을 대상으로는 고급기능을 가르치는 직무능력 향상교육을 진행했다.

특히 40~50대를 위한 취업교육은 지역에 있는 단체와 복지관들의 컨소시엄을 통해 이뤄졌는데, 올해는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원스톱센터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역의 고민을 담아내고 싶었다

부천지역이 모범사례로 거론되는 것은 지역노사정협의회가 중앙처럼 지역의 의제를 가지고 고민했다는 것이다. 언제든지 지원만 있으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의제를 정해 논의해 온 것이다. 물론 그동안 정부에서도 직업훈련기관을 통해 훈련을 해 왔었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에 대해 부천노총 김준영 의장은 “실제로 노동력을 공급하고 공급받는 사람들의 고민이 조금 더 담긴, 지역의 고민들이 담긴 것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사업을 하면서 “과거 직업훈련은 회사가 받으라고 하면 적당히 회사 눈치 봐가면서 안 찍힐 정도로만 하면 되는 거였다면 지금은 거꾸로 노동조합이 주도하면서 사용자한테 요구하는 것으로 의식변화가 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는 것이 김 의장의 말이다.

노동부가 하고 있는 사업들과 같은 영역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노동부의 직업훈련이나 취업센터는 장벽들이 존재해 사각지대에 놓이는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부천노총은 그 틈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취업센터와 관련해서 김준영 의장은 “초기에 시도했던 것은 불법파견업체들이 하고 있는 업종들을 최대한 흡수해보자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아직 그 성과에 대해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부천시 내 3개 구청이 운영하고 있는 취업센터를 다 합친 것보다 많다는 것이 성과의 일단을 설명해 준다.

남들이 다 하는 걸 하는 것 같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성과는 분명 남다르다. 시에서 재정지원을 받아 부천노총이 운영하고 있는 근로자종합복지관만 해도 다른 복지관과 가동률이 다르다. 시의원들이 “다른 복지관보다 더 많이 지원해주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다.

실제 김준영 의장이 전국의 근로복지시설 전체를 조사해 본 결과 공간대비 가동률은 가장 높았다. 현재 부천 근로자종합복지관은 낮엔 시민들에게, 저녁엔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사업을 준비해놓고 있다.

맨땅에서 시작… 실패 걱정하면 사업 할 수 없었다

남들은 잘한다고 모범사례라고 여기저기 소개하지만, 그 과정에서 부천노총 구성원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는지는 잘 모른다. 김준영 의장은 “아무 것도 없는 맨땅에서 하려니까 힘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참고할만한 사례가 있을까하고 지역 대학교수에게 자료를 요청하면 돌아온 건 영문으로 된 원서였다고 한다. 그걸 해석하다 포기하고 “우리가 알아서 하자고 했다”고 회고했다.

“처음엔 다른 나라도 했으니까 우리도 할 수 있을 거란 막연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한계를 많이 느꼈죠.” 유럽이나 미국 위스콘신 주 등은 우리와 토양 자체가 전혀 달라 해외사례를 접목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미리 그 차이를 알고 해외사례를 철저히 분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비단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한국형 모델을 만드는 것만 힘든 게 아니었다. 지역의 노동조합 위원장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노동조합 활동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스스로를 아주 진보적이라 생각하시는 분들이 우리 사업을 봤을 땐 체제내화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이제 시작하시는 분들에겐 당장 사업장 현안 문제가 있으니까 우리 사업이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그래서 위원장들한테 끊임없이 우리가 왜 이런 사업을 장기적으로 해야 하는지 설명해야 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사업진행을 하다보니 일정한 시기에 일정한 성과를 내야만 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구성원들에게 성과를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구성원들이 정부가 시도해보지 못했던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실패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물론 지원을 받은 사업이기 때문에 공고된 내용과 일치해야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었다. 김 의장은 “맨땅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를 걱정하면서는 사업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만큼 많은 고민과 시도를 했기 때문에 한국형 지역거버넌스의 모범사례로 회자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김준영 의장은 “제대로 된 성과가 나오고 정착되기까지는 앞으로 10년은 더 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계의 지역사업 말처럼 쉽지 않아

노동운동의 위기와 희망을 이야기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지역에서의 역할 강화를 이야기한다. 노동운동이 지역에서 주도적으로 지역사업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그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 노동계는 “쉽지 않다”고 토로한다.

노동계 출신이 처음 지역구에서 재선될 정도로 노동자들도 밀집되어 있고, 노동운동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경남지역에서조차도 노동계의 지역사업은 어려운 일이다.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김성대 사무처장은 “여러 가지 지역 활동을 제안하고 시도하고 있지만 진행은 잘 안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경남도본부는 교육감 선거가 있을 때 노조활동가들이 학교운영위에 참여하기도 하고,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1노조 1상가, 1노조 1재래시장 결연을 제안해 본부운영위의 의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임단협 문제들이 걸리면서 실행은 안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는 사업들을 제안하고 있다. 그 한 예로 노동계가 주축이 돼 장기기증운동을 벌이기도 하고, 조례 재·개정 운동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창원시 근로자장학금 조례에 비정규직은 해당사항이 없어 입법청원을 통해 개정을 추진하고 하고 있고, 보육조례가 없어 공청회를 열고 조례재정을 추진 중이다.

그 외에도 정규직의 성금을 받아서 운영되는 비정규직 장학회사업도 추진 중이고, 1노조 1농민회 결연사업도 제안됐었다. 시민들과 함께 하는 마라톤 대회는 올해 8회째 진행됐는데, 6,000~7,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다른 지역에 비해 일상적으로 되고 있는 활동이 지역주민회와 아파트자치회에 노조활동가들이 결합하는 것이다.

김성대 사무처장은 “앞으로 노동계가 주민사업, 의정활동에 개입력을 높여 지역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삶이 곧 노동자의 삶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멀리 보지 말고, 가까이 내 주변을 보자

노동운동의 위기를 논할 때 국민과의 괴리가 이야기되곤 한다. 그러나 노동계와 전체 국민과의 문제를 푸는 것은 매우 추상적인 이야기다. 결국 국민과의 소통을 하기 위해선 먼저 지역민과의 거리감부터 줄여야 한다. 그래서 지역과의 결합이 중요하게 제기되는 것이다.

지역사업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사회양극화나 비정규직 문제 등은 더 이상 단위노조 차원에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말을 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결국 이런 문제도 지역에서부터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조합원에게도 노동자에게도 생활이 있다. 과거에 노동운동이 조합원들의 일터에서의 삶을 중심으로 고민을 했다면, 이젠 조합원들과 노동자들의 생활도 고민을 해야 한다. 그 중심에 지역이 있고, 그 지역공동체를 만들어 가는데 있어서 노조가 한 축으로 작용해야 한다.

노조가 지역의 물가, 지역의 안전, 지역의 교육, 지역의 문화까지도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앞에서 지역 노조활동가들의 이야기처럼 생각만큼, 말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부천노총 김준영 의장은 “지역 노동계가 아무리 열심히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중앙차원에서 같이 움직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경남도본부 김성대 사무처장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총연맹과 산별연맹과 지역과 박자가 안 맞아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역본부 차원의 집행력엔 한계가 있어요. 총연맹 차원에서 지역문제에 대한 대안이나 정책연구가 필요합니다. 지역본부가 무엇을 할 것인지 지역본부 위상에 대한 공유가 돼야 합니다. 노동계가 지역에서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노력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노동운동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내가 발 딛고 있는 지역으로 눈을 돌리면, 그 속에서 대답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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